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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티어라이너(tearliner)의 새 앨범 [Love Bites] 탄생기

27 7월 2017 by In 702스토리

SPECIAL |
티어라이너(tearliner)의
새 앨범 [Love Bites] 탄생기


티어라이너의 첫 컴필레이션 앨범 <Love Bites>2016년 진행되었던 프로젝트 가라앉는 날들, 피어오르는 추억을 통해 발매된 싱글 앨범의 모음집이다. tvn에서 방송한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음악을 감독한 티어라이너가 다시 인디뮤지션으로 돌아와 공개한 이 프로젝트는 기존에 발표하지 못했던 미완성 곡들 중에서 엄선해, 그가 여행했던 특정 도시를 테마로 싱글곡을 발표하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A Side(보컬곡)B Side(연주곡)로 나누어진 컴필레이션 앨범 <Love Bites>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존 발표되었던 모든 싱글곡들과 신곡에 더해 8곡의 새로운 연주곡을 추가해 총 24곡의 풍성하게 구성된 종합선물세트로 다양한 감성을 만족시킨다. 디지털 앨범과 동시에 300장 한정으로 기념 CD도 발매된다.


[0의 무게]

내게는 머리를 떠도는 멜로디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멤버도 없었고,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었으며, 그럴듯한 스튜디오나 작업실 한편 없었다. 드라마 음악감독을 마친 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폐해진 정신을 나태하게 낭비하는 삶으로 겨우 추스르고 몸을 일으켜 먼지를 털고,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좋았고, 하지 않아도 괜찮았으며, 억지로 뭔가를 할 필요도 없었지만 느릿느릿 기타를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나는 그간 바쁘게 지나왔던 길을 천천히 되밟으며 바닥에 떨어트린 멜로디나 연주 조각들, 다양한 색의 감성들을 주섬주섬 주워 모았다. 깨진 것도 있었고, 만들다 만 것이나 먹다 만 것도 있었으며, 한때는 죽도록 아꼈으나 내던지고 짓밟아 버린 것도 있었다. 나는 꾸부정하게 걷다가 내 것들이 보이면 주워서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기도, 품에 안기도, 부끄러워하며 얼른 가방에 넣기도 하며 한참을 과거에 살았다.

고인 물에 비친 얼굴은 퀭했고, 눈은 멍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건 메마른 표정과는 이질적으로 붙어 마치 피부병 같아 보이는 목의 키스 자국들 Love Bites이었다.


[Love Bites]

한 곳에 모은 조각들은 ‘나’였다. 나는 나를 보며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몇 날이고, 몇 달이고 나를 작고 어두운 방에 둔 채 가끔 조용히 들러 수다를 나누거나 어루만졌다. 때때로 나는 나를 먹기도 했다. 내 몸에 들어간 나는 기생충처럼 내 몸을 돌다가 심장이나 뇌에 정착해 내가 되었다. 그럴 때면 새로운 멜로디가 툭툭 터져 나오곤 했지만, 나는 그것들을 소리로 뱉어내지 않고 도로 꾹 삼켜 없앴다. 터져 나와 버리는 멜로디를, 내 뜨거운 조각을, 내 들큼한 날숨을, 나의 익숙한 일부를, 나를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키스 자국은 옅어지지 않았다.
 
내 조각들을 곡으로 세상에 내놓게 된 계기는 우주의 모든 일이 그렇듯 우연이었다. 집에 놀러 왔던 지인이 내가 주방에서 다른 일을 하는 사이 조그만 방에 들어가 내 것들 중 한 조각을 만졌고, 내게 무엇인지 물었다. 황급히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내 것은 그에게 달라붙어 피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찰나였다. 그에게 스며든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신 가슴에 내 것과 비슷한 키스 자국이 올라왔다.

“없어진 건 어쩔 수 없지 뭐.”

그는 꽤 근사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가 건넨 차를 홀짝거렸다. 나는 나를 노래하는 남에 매혹됐다.
모든 건 그때부터 시작됐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색이 입혀졌고, 눈이 부시도록 진해졌다.


[품앗이 가내수공업]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자타 공인 한량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나는 치밀하게 준비하고 고민하며 ‘나’를 제대로 흡수해 노래하고 연주해 줄 숙주를, 아니 뮤지션들을 물색했다. 긴 시간을 두고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존경하는 뮤지션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곡의 얼개는 작은 방에서 짰고, 녹음했으며, 각자의 작업방에서 녹음해 보내준 그들의 조각들을 섞기도 했다. 보컬만은 그간 작업을 함께 해 온 엔지니어 형과 702스튜디오에서 녹음했는데, 그건 내 조각들이 잔뜩 쌓여 제각각의 소리와 감정과 냄새를 뿜어내는 작은 방으로 뮤지션들을 부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코 묻이 록키드 시절부터 동경했던 이승열 선배가 흔쾌히 함께 해주었고, 여신 최강희 배우가 드라마를 위해 녹음해두었던 곡을 발표하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으며, 라즈베리필드 소이 씨가 함께 했다. 내 곡을 몇 배는 사랑스럽게 표현해주곤 했던 타루, 라이너스의 담요 연진, 전 미스티블루 정은수 누나도 다시 함께 해주었다. 존경하는 센티멘탈 시너리는 물론, 눈물기타 강지훈, 이미, 강민석 등이 편곡과 연주에 참여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었다.


꾸역꾸역 한 달, 혹은 두어 달 만에 한 곡씩을 작업해 싱글로 발표했는데, 다양한 뮤지션들의 숨이 불어넣어진 싱글은 그간 여행했던 여행지의 사진과 감성으로 예쁘게 포장해 내놓았다. 어떤 곡은 교토의 담백함을 닮았고, 어떤 곡은 필리핀 세부의 청량한 사랑스러움을 담았으며, 어떤 곡은 비엔나의 예술적 향수를 간직했다. 내게는 곡 하나하나가 감정의 암호로 기록된 추억이었고, 동료 뮤지션과의 소름 돋는 감성 공유였으며, 그 자체로 옷을 달리 입은 ‘나’였다.


[오랜 친구의 낡고 따뜻한 독려]

모든 것은 가내수공업으로 직접 해내야 했다. 몸이 아프기라도 하는 달이면 작업이 중단되어 곡을 발표할 수 없었다. 언제나 그래 왔듯 늑장을 조금 부렸을 뿐인데 서너 달이 한여름 아이스크림 녹듯 흘러버리기도 했다. 빠듯한 경제사정은 불쑥불쑥 발목을 잡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주머니는 헐거워졌다.

그간 발표했던 곡들을 모아 기념하고 싶었지만, CD를 제작할 엄두는 차마 낼 수 없었다. 주위 조언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곧 포기하고 온라인 발표만 어떻게든 해내자고 마음을 먹고 곡을 모았다. 그러던 중, 불알친구의 호쾌하고 치기 넘치는 펌프질이 온라인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오랜만의 수다 중 갑자기 터졌다.

“말랑한 음악 안 듣던 네가 문제집 살 돈으로 레코드점에 같이 가서 산 게 뭔지 기억나나? ‘비치보이스’였거든. 충격이라가 아직도 기억한다 아이가.”

중 2 때 게임을 불법복제해서 학교에서 파는 구상을 함께 했었다는, 나는 당최 기억하지 못하는 내 어릴 적 이야기를 술술 소환하곤 하는 친구가 투자하겠다며 CD를 내라고 했다, 진지하게. 부양할 딸아이가 둘이나 있는, 그다지 풍족하지 않은 처지를 아는 터라 농담으로 넘겼지만, 그날 밤 아내도 허락했다며 다시 CD를 내자고 나를 흥분시켰다. 에이… 그럴까? 요즘은 CD 안 팔려서 힘들 텐데… 그럼 조금만 찍을까?

CD를 제작하는 일은 생각과 달리 돈보다 손이 더 많이 갔다. 디자인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진과 그림 등 자료들도 직접 준비하고 디자인했다. 예전 소속사 사장에게 귀찮게 연락해 조언을 구해가며 앨범 디자인과 재킷 인쇄, CD 인쇄, 오프라인 유통 등을 하나하나 처리해 갔다. 파고뮤직 손관호 사장은 바쁜 와중에도 마치 친동생 일처럼 직접 거래처들과 통화해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알선해 주었다.

지독하게 내향적인 성격임에도, 병목처럼 좁디좁은 인맥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의 모든 도움이 더해져 한심한 조각들이던 ‘나’는, 싱글을 모은 300장의 한정 기념반은 늦지 않게 퍼져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EXIT, NO EXIT. 다시 아무것도 없이.]

가득 채웠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과하게 담았다. 여백의 아름다움보다는 터너의 그림처럼 감정적 과잉에서 오는 중의성과 모호함을, 그 엉킴에서 읽히는 굵고 먹먹한 메시지를 사랑했다. 한참을 들어 익숙해질 무렵, 그 복잡함 속에서 새롭게 들리는 옅은 소리와 뿌연 메시지는 묘한 보람이었다. 그랬기에 세상에 내놓기 위한 마지막 과정에서 걷어내고 싶지 않던 감정이나 악기, 음표를 하나하나 억지로 지워내는 일은 차라리 고문이었다.
 
열대성 무더위가 꺾일 즈음, 9월 방송될 예정인 다음 드라마의 음악을 위한 수많은 멜로디와 감성의 재료들과 마음의 준비는 되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나를 바닥에 떨구거나 냉정하게 내치며 나를 소모할까. 그러지 않을 게라 다짐키는 힘들지만, 많이 늦더라도 기어이 다시 돌아와 챙길 테다.

그때가 되면 이전보다 덜 부끄럽고 덜 고개 숙였으면. 이번 작업을 통해서 보듬는 방법을 미약하나마 배웠으니, 조금 더 살갑게, 조금 더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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